전주 웨딩박람회 영상업체 선택 기준은?
전주 웨딩박람회에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영상은 그냥 옵션 같은 느낌이었다. “사진만 잘 나오면 됐지, 영상까지 필요할까?”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부스 몇 군데에서 하이라이트 필름을 보여주는데, 스크린 앞에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낯선 예식장의 신부인데도, 이상하게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내 머릿속에서 “영상은 해도 그만”이라는 말은 조용히 퇴장했다.
오늘 글은 전주 웨딩박람회에서 영상업체 상담만 골라 돌았던 날의 기록이다. 하이라이트 영상, 원본, 촬영 스타일, 작가 성향까지 내가 어떤 기준으로 봤는지 일기처럼 남겨둔다.
1. 화질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호흡’이었다
영상 샘플을 처음 볼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화질부터 보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가장 먼저 느껴진 건 호흡이었다.
- 장면이 빨리빨리 바뀌는 영상은 멋있어 보이지만, 숨 돌릴 틈이 없었다.
- 반대로 여유 있게 이어지는 영상은 감정이 천천히 쌓였다.
- 곡선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편집이 있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인가.
나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메모했다. “좋은 영상은 결국 ‘리듬’이 있다.” 같은 예식이라도 어떤 호흡으로 이어 붙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2. 색감은 생각보다 취향을 많이 타는 요소였다
영상 색감은 사진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사진에서 예뻤던 톤이 영상에서는 과해 보이기도 했다.
- 붉은 톤이 강한 영상은 따뜻하지만, 피부가 쉽게 붉어졌다.
- 푸른 톤이 섞인 영상은 시원하지만, 너무 차가워 보일 수 있었다.
- 내추럴 톤은 무난하지만, 특별함이 덜 느껴지기도 했다.
영상 두세 개를 연달아 보고 나니 내 취향이 조금씩 드러났다. “색감이 과하지 않고, 피부톤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영상.” 그 기준 하나만 잡고 다시 보니까 좋아 보이는 업체와 아닌 업체가 확실히 나뉘었다.
3. 원본 제공 범위를 꼭 확인해야겠다고 느낀 순간
상담을 받다 보면 하이라이트 영상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원본 이야기가 슬쩍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 원본 전체를 주는 곳.
- 일부 구간만 편집본 형태로 제공하는 곳.
- 추가 비용을 내야 원본을 받을 수 있는 곳.
나는 솔직히 원본을 끝까지 다 볼 자신은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보고 싶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메모장에 이렇게 적었다. “하이라이트는 감정, 원본은 기록.” 둘 다 나름의 역할이 있었다.
4. 촬영 인원 수와 동선 설명을 들으면서 알게 된 것들
처음에는 “1캠이냐 2캠이냐” 정도만 생각했는데, 상담을 듣다 보니 훨씬 많은 요소가 있었다.
- 입장, 축가, 부모님, 하객샷까지 동시에 담으려면 인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
- 카메라 위치마다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점.
- 작가가 하객 사이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영상 느낌이 달라진다는 점.
상담 중에 실제 예식장 동선 사진을 보여주면서 카메라 위치를 설명해주는 업체가 있었다. 그 설명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아, 이건 그냥 영상이 아니라 동선 설계구나.”
5. 음악 선택과 자막, 생각보다 후회를 많이 남기는 부분
영상 샘플을 보면서 의외로 많이 적었던 메모는 음악과 자막에 대한 거였다.
- 너무 유행 타는 곡은 몇 년 뒤에 봤을 때 촌스러워질 수 있다.
- 가사가 복잡한 곡은 오히려 말과 표정을 가린다.
- 자막이 너무 많으면 영상이 피로해진다.
- 중간중간 들어가는 짧은 문장은 오히려 감정을 또렷하게 잡아준다.
그래서 내 기준을 하나 정했다. “영상 전체를 지배하는 음악이 아니라, 장면에 스며드는 음악.” 그 느낌을 잘 잡는 업체가 결국 오래 봐도 편안한 영상을 만들 것 같았다.
6. 작가 성향이 영상 분위기를 거의 다 결정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작가 본인이 나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있었다. 그 몇 분의 대화로도 대략 감이 왔다.
- 행사를 조용히 따라가며 담는 타입인지,
- 포즈와 동선을 적극적으로 잡아주는 타입인지,
- 농담도 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스타일인지.
나는 사람 많은 곳에서 과하게 주목받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라 “존재감은 있지만, 너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작가”를 선호하게 됐다. 그래서 상담 끝나고 이런 문장을 적어두었다. “영상은 결국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의 성향이 만든다.”
7. 전주 웨딩박람회에서 적어둔 영상업체 체크리스트
- □ 하이라이트 영상 2~3개를 연달아 보고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인지.
- □ 색감이 과하지 않고, 피부톤이 자연스럽게 표현되는지.
- □ 원본 제공 범위(전체/부분/추가 비용)를 명확히 설명해주는지.
- □ 촬영 인원 수와 동선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는지.
- □ 음악 사용 방식(선곡 방식, 저작권 처리 등)이 깔끔한지.
- □ 작가와의 대화에서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지.
이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다시 보니까 처음엔 다 좋아 보이던 영상업체들 사이에서 조금씩 마음이 가는 곳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8. 그날 밤, 나에게 남겨둔 한 줄
집에 돌아와 불 끄고 누워서, 박람회에서 찍어온 영상 샘플 화면을 다시 보다가 메모장 맨 아래에 이렇게 적었다.
- “영상은 예식 당일에는 잘 모른다. 시간이 지나서야 천천히 빛나는 기록이다.”
- “지금 눈을 사로잡는 자막보다, 나중에 마음을 붙잡는 분위기를 택하기.”
전주 웨딩박람회에서 영상업체 부스 앞에서 잠시 망설이고 있다면, 이 기록이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하든, 나중에 영상을 다시 틀어봤을 때 “그래, 이 감정을 남기고 싶었지” 하고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