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웨딩박람회에서 견적이 갑자기 싸지는 이유는?
전주 웨딩박람회를 처음 갔을 때, 솔직히 마음 한켠에 이런 기대가 있었다. “오늘 인생 역대급 가성비 견적 한 번 뽑아보자.” 그리고 실제로 상담 몇 군데를 돌다 보니, 정말로 어떤 부스에서는 처음 들은 가격보다 훨씬 낮은 견적이 툭 튀어나왔다.
처음엔 그냥 운이 좋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날, 비슷한 상담을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머릿속에 물음표가 하나씩 늘어났다. “왜 갑자기 이렇게까지 할인을 해줄까?” 그날 집에 와서 메모장에 적어둔 생각들을 오늘 일기처럼 정리해본다.
1. ‘행사 한정가’라는 말 뒤에 있는 것들
박람회장 안에서는 정말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중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바로 이거였다. “오늘 박람회 특별가예요.”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부스 두세 군데에서 비슷한 구성을 물어보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 기본 견적을 먼저 보여준 뒤, 박람회 전용 할인 라인을 다시 꺼낸다.
- 추가 옵션을 빼거나 묶어서 “행사가”처럼 보이게 만든다.
- 다른 곳과 비교 중이라는 걸 알고 난 뒤, 갑자기 한 번 더 내려준다.
이걸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 가격이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협의 가능한 구간이 꽤 넓은 거구나.” 즉, 견적이 갑자기 싸지는 건 단순한 ‘특가’라기보다는 가격 조정 여지를 드러내는 순간에 가까웠다.
2. 구성이 줄어들면서 싸지는 경우
어떤 부스에서는 견적이 갑자기 30~40만 원 정도 낮아졌다. 순간 눈이 반짝했다. “와, 오늘 여기서 그냥 확 잡아야 하나?” 그런데 다시 견적표를 찬찬히 보니까, 처음에 들었던 구성과 은근슬쩍 달라져 있었다.
- 스튜디오 촬영이 빠져 있거나,
- 본식 스냅이 하프 타입으로 바뀌어 있거나,
- 원본 제공이 빠지고, 셀렉 컷만 포함돼 있거나,
- 드레스 투어 횟수가 줄거나, 등급 표기가 애매해져 있었다.
그때 메모장에 크게 썼다. “금액만 보지 말고, 구성 줄어든 부분 찾기.” 견적이 싸진 게 아니라, 사실은 상품이 슬쩍 다른 걸로 바뀐 것일 때가 있었다.
3. 보증인원·식대 조건이 달라지면서 싸지는 경우
웨딩홀 쪽에서도 견적이 갑자기 내려가는 순간이 있었다. 이유는 대부분 두 가지였다. 보증인원과 식대 조건.
- 보증인원을 조금 올리는 대신, 1인 식대가 내려가는 패턴.
- 혹은 반대로, 식대는 그대로인데 보증인원을 낮춰주는 패턴.
표면적으로는 “총액이 내려간 것처럼 보이는 구조”였지만, 실제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하객 수에 따라 더 많이 낼 수도, 덜 낼 수도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웨딩홀 상담만 들어가면 항상 이렇게 물어보게 되었다. “하객이 예상보다 적게 오면 어떤 식으로 계산되나요?” 견적이 싸진 이유가 단순한 할인이 아닌, 조건 변경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4. 시간대·요일에 따라 갑자기 싸지는 이유
전주는 지역 특성상, 토요일 낮 시간, 특히 좋은 시간대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반대로 말하면, 조금 애매한 시간대나 요일은 상대적으로 견적이 훨씬 유연해진다는 이야기였다.
- 토요일 프라임 타임보다 이른 오전·늦은 저녁 타임.
- 일요일, 공휴일 전날·다음날.
- 비수기 월(여름, 늦가을 일부 구간 등).
상담 중에 예식일을 딱 찍어 말하지 않고 “대략 이 즈음이요”라고만 말했을 때와, 구체적인 날짜·시간을 말했을 때 제안이 달라지는 걸 몇 번 경험했다.
그때 깨달았다. 견적이 갑자기 싸지는 이유 중 하나는 “예식장이 채우고 싶은 시간대에 내가 맞춰 들어갔을 때”라는 걸.
5. 여러 군데 비교하고 있다는 걸 알린 뒤, 내려가는 견적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내가 이미 다른 홀·다른 스드메 견적을 받아봤다는 이야기를 한 뒤였다. 그때부터 상담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다.
- “다른 데서 어느 정도 받으셨어요?”라는 질문이 나온다.
- 그 숫자를 듣고 나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 그리고는 처음보다 낮은 숫자가 조용히 적힌 견적서가 나온다.
물론 모든 곳이 그렇진 않았다. 그래도 확실한 건, “비교 중이다”라는 걸 은근하게라도 알려주면 견적 조정 여지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거였다.
그날 일기 끝부분에 이런 문장을 적어뒀다. “견적은 고정된 가격표가 아니라, 결국 협의의 결과다.”
6. 진짜로 ‘좋아서’ 싸게 주는 경우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정말로 이익을 줄이면서 견적을 맞춰주는 곳도 있었다는 점이다. 박람회 막바지 시간, 상담 인원이 뜸해지던 시간대에 한 번은 이런 말을 들었다.
“오늘 여기까지 오신 김에, 예식일·인원 맞으시면 저희가 이 조건까지는 맞춰드릴게요.”
그 말이 진심인지, 영업멘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상담하면서 느껴지는 태도, 계약을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분위기, 구성 설명이 투명한 편인지 등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감이 왔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하나 묻기로 했다. “내가 이 금액이 싸서 흔들리는 건지, 아니면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가격까지 인정해주고 싶은 건지.”
7. 내가 적어둔 ‘견적이 갑자기 싸질 때’ 체크리스트
- □ 구성 중 빠진 항목은 없는가 (스튜디오, 스냅, 원본 등).
- □ 보증인원·식대 조건이 바뀐 건 아닌가.
- □ 시간대·요일이 바뀌면서 싸진 건 아닌가.
- □ 옵션 등급(드레스, 촬영)이 내려간 건 아닌가.
- □ “오늘만 가능한 조건”이 정말 오늘만인 근거가 있는가.
이 다섯 가지를 떠올리면서 견적을 다시 보니, 처음에는 “와, 엄청 싸다”라고 느꼈던 금액이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8. 마지막으로, 그날 나에게 남겨둔 말
그날 밤, 집에 돌아와 박람회에서 받은 명함과 브로슈어를 다 펼쳐놓고 견적서를 한 장씩 다시 보다가, 메모장 맨 아래에 이런 말을 적었다.
- “싼 게 좋은 게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게 좋은 견적이다.”
- “눈앞의 숫자보다, 조건을 이해하고 선택하기.”
- “오늘 싸게 느껴진다고 해서, 내일도 싸게 느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전주 웨딩박람회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이 기록이 작은 기준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견적이 갑자기 싸지는 순간이 온다면, 잠깐 숨을 고르고 이 체크리스트를 한 번 떠올려보라고 그날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