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웨딩박람회 플래너 상담, 꼭 받아야 할까?
전주 웨딩박람회를 처음 갔을 때, 입구 근처에서부터 플래너 부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플래너 무료 상담”, “전 일정 케어”, “합리적인 예산 설계” 같은 문구들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이런 생각부터 들었다. “내 결혼식인데, 내가 직접 알아보고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어떤지 한 번은 들어봐야겠다 싶어서, 플래너 상담을 몇 군데 받아봤다. 오늘 글은 그날의 기록이다. 플래너 상담이 고마웠던 순간과, 살짝 불편했던 순간, 그리고 결국 나에게 던졌던 질문들까지 일기처럼 적어본다.
1. 플래너 상담을 처음 받았을 때 들었던 생각
첫 상담 때 플래너가 노트를 펼치고 나에게 물었다. “예식 희망 시기, 예산, 하객 수, 원하는 분위기 있으세요?” 나는 아직 정확히 정해둔 게 거의 없어서, 대충 머릿속에 있던 그림만 이야기했다.
그러자 플래너는 바로 일정표와 체크리스트를 꺼냈다. 홀 투어 시기, 스드메 결정 순서, 청첩장·혼수 타이밍까지 커다란 흐름을 한 번에 정리해 보여줬다. 그걸 보면서 조금 멍해졌다.
“아, 결혼 준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단계가 있구나.” 그때 처음으로 “혼자 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어갔다.
2. 플래너가 있어서 편했던 순간들
상담을 몇 차례 더 받으면서, 플래너가 있어서 확실히 편하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
- 예산을 말하면, 대략 어느 구간에서 홀·스드메를 봐야 할지 바로 숫자로 정리해주는 점.
- 전주·완주·익산 쪽 인기 홀들의 특징을 비교해서 알려주는 점.
- 스드메 구성을 들을 때, 빠진 항목이나 애매한 조건을 대신 집어주는 점.
- 계약서에서 위약금·기한 같은 부분을 먼저 체크해주는 점.
그중에서 제일 고마웠던 건 “이 조건이면 나중에 분명히 스트레스 받으실 수 있어요”라며 미리 알려줬던 댓글 같은 한마디들이었다. 결혼 준비를 여러 번 본 사람과, 처음 겪는 사람의 차이가 느껴졌다.
3. 플래너 상담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순간
반대로, 상담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 특정 홀이나 스드메 업체를 계속 강조할 때.
- “요즘 예신 분들은 다 이렇게 하신다”는 말을 앞세울 때.
- 오늘 계약하면 가능한 혜택을 반복해서 상기시킬 때.
물론 그들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실제로 좋은 조건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내 결혼인데, 내가 결정하는 느낌이 줄어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메모장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플래너가 방향을 정해주는 건 좋지만, 핸들은 내가 잡아야 한다.”
4. 어떤 사람에게는 플래너가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여러 상담을 돌면서, 플래너가 특히 잘 맞을 것 같은 타입의 사람을 머릿속으로 떠올려 봤다.
- 야근이 많거나, 스케줄이 불규칙해서 직접 발품 팔 시간이 부족한 사람.
- 숫자·조건 비교를 힘들어하는 사람.
- 전반적인 그림을 누가 한 번에 정리해주면 마음이 놓이는 사람.
- 둘 중 한 명이라도 준비를 주도해줄 사람이 딱히 없는 커플.
이런 경우에는 플래너가 ‘추가 비용’이라기보다, 시간과 에너지를 대신 써주는 조력자에 가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반대로, 없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반대로 이런 사람이라면 플래너 없이도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겠다고 느꼈다.
- 엑셀로 예산표 만드는 걸 오히려 즐기는 사람.
- 비교·검색·후기 탐색에 익숙하고, 발품 파는 게 크게 부담되지 않는 사람.
- 이미 주변에서 웨딩 정보를 많이 공유받고 있는 사람.
- 둘 중 한 명이 추진력이 강하고, 일정 관리에 강한 커플.
플래너가 없어도 되느냐의 문제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과 여유의 문제라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6. 내가 적어둔 ‘플래너 상담 체크리스트’
박람회에서 집에 돌아와, 나는 다음번 플래너 상담 때 꼭 물어볼 질문들을 정리해 두었다.
- □ 수수료 또는 진행 비용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
- □ 특정 업체와의 제휴가 얼마나 많은지, 선택 폭은 어느 정도인지.
- □ 일정 관리·동행 서비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 □ 계약 후에도 계속 같은 플래너가 담당하는지.
- □ 예산을 넘기지 않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관리해주는지.
- □ 플래너가 직접 추천한 홀/스드메의 장단점을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지.
이 질문들을 준비해두고 상담을 가니,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 더 들었다.
7. 마지막으로, 나에게 던졌던 질문 하나
그날 밤, 박람회에서 받은 브로슈어와 명함을 책상 위에 쫙 펼쳐놓고, 나는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 “내가 이 모든 걸 혼자서 끝까지 끌고 갈 에너지가 있을까?”
- “플래너 비용이 아까운지, 아니면 내 시간을 아끼는 비용이라고 생각되는지.”
- “결혼식 준비 과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지, 아니면 내가 직접 다 잡고 가고 싶은지.”
아마 플래너 상담의 핵심은 필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이 무엇이냐’의 문제에 가까운 것 같다. 전주 웨딩박람회에서 플래너 부스 앞에서 잠시 멈칫하게 된다면, 이 글의 질문들을 한 번 떠올려보라고 그날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조용히 건네본다.